최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침공, 이란의 중동 국가들에 대한 공습이 이른바 ‘세계의 화약고’ 중동정세에 대한 전 세계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가운데, 32년 외교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사의 핵심 무대 지중해와 흑해 일대를 조망한 역사서가 출간됐다.
전승민 전 카자흐스탄 알마티 총영사(과천시니어신문 기자)가 18일 지중해와 흑해를 무대로 명멸한 제국들의 이야기를 담은 신간 ‘외교관의 시선으로 다시 읽는 세계사의 중심축 – 지중해와 흑해 사이, 제국들의 역사'(북랩)를 펴냈다.
이 책은 지중해와 흑해를 단순한 두 개의 바다가 아니라 유럽·아시아·아프리카 세 대륙이 맞닿은 거대한 용광로이자 인류 역사의 가장 치열한 격전지로 규정한다. 좁은 해협을 사이에 두고 문명들이 끊임없이 충돌하고 융합한 이 공간에서, 고대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전쟁으로 시작된 동서양의 대결은 로마제국의 번영, 이슬람의 팽창, 십자군 전쟁, 몽골 기병의 등장을 거쳐 오스만제국이라는 거대한 결말로 이어진다.
지중해와 흑해 사이, 2000년 문명의 용광로
저자는 서구 중심의 반쪽짜리 시각에서 벗어나 역사의 전체상을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흑해 북쪽 초원을 달리던 유목민들이 어떻게 문명의 심장부로 진입했는지, 그들의 이동이 지중해 세계의 판도를 어떻게 뒤흔들었는지를 파헤친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동방 원정이 헬레니즘이라는 융합 문화를 낳았듯, 칭기즈칸의 후예들과 투르크 전사들은 낡은 질서를 파괴하고 동서양을 아우르는 새로운 제국을 세웠다.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됐다. 지중해·흑해의 지리적 특징과 문명 탄생에서 출발해 그리스·페르시아 전쟁, 알렉산드로스제국, 로마제국, 이슬람제국을 거쳐 오스만제국의 흥망성쇠까지 약 2000년의 역사를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인다. 특히 흑해 주도권을 둘러싼 러시아와 오스만제국의 끈질긴 대결, 발칸반도에서 벌어진 민족들의 투쟁은 오늘날 국제 정세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명확히 드러낸다.
32년 외교 현장이 빚은 통찰의 역사 서술
저자 전승민은 외교부에서 32년간(1986~2018년) 재직하며 싱가포르·독일·미국·아제르바이잔·카자흐스탄 등 세계 각지의 재외공관에서 근무했다. 독일 괴테연구소와 레겐스부르크대학에서 수학(1989~1991년)했으며, 주알마티 총영사(2015~2018년) 재직 시절 카자흐스탄의 역사·문화·한류·고려인 등을 주제로 국내 언론에 다수 기고했다. 2018년 10월에는 카자흐스탄 알마티 소재 투란대학교에서 명예 역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퇴직 후 아제르바이잔과 카자흐스탄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유라시아의 중심국 카자흐스탄 이야기'(2022)를 펴낸 바 있으며, 현재 한국외교협회 이사와 과천시니어신문 기자로 활동 중이다.
역사와 현장을 넘나드는 생생한 서술
책에는 방대한 사료와 현장감 넘치는 에피소드들이 촘촘히 엮여 있다. 1869년 프랑스인 페르디낭 마리 드 레셉스가 완공한 수에즈운하와 고대 페르시아 다리우스 대제의 나일강·홍해 연결 운하 건설 시도를 대비시키는가 하면, 마라톤 전투 승리를 알리고 탈진해 숨진 전령 페이디피데스의 일화, 기원전 753년 로마 건국 신화도 생생히 담았다.
1453년 콘스탄티노플 함락으로 막을 내린 동로마제국의 종말, 오스만제국을 격파한 티무르의 승리가 동로마제국의 수명을 반세기 연장한 역사적 아이러니, 그리고 저자가 직접 경험한 아제르바이잔·이란 국경 통과 현장까지 담아 역사와 현실을 넘나드는 특유의 시각이 돋보인다. 러시아·중동·발칸 분쟁의 뿌리를 과거에서 찾고 현재를 읽어 미래를 가늠하려는 독자에게 확실한 지도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 인터뷰] “역사는 인간이 만든다…제국의 흥망, 오늘을 읽는 나침반”
전승민 전 카자흐스탄 알마티 총영사(과천시니어신문 기자)

전승민 전 알마티 총영사는 32년 외교 현장에서 쌓은 통찰을 바탕으로 지중해와 흑해를 무대로 한 제국들의 흥망성쇠를 기술했다. 서양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동양의 역사를 대등하게 다룬 점이 기존 역사서와 차별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비트코인·AI 등 격변의 시대에도 역사를 배우는 일은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어 미래로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 데 여전히 유효하다고 역설했다.
전승민 전 총영사는 최근 신간 ‘지중해와 흑해 사이, 제국들의 역사'(북랩) 출간을 계기로 기자와 만나 집필 동기와 책의 내용, 역사 서술의 의미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다음은 전승민 전 총영사와의 일문일답이다.
Q.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A. 전직 외교관이다. 외교부에서 32년간(1986~2018년) 재직하며 본부 감사부서를 비롯해 싱가포르·독일(함부르크·베를린)·미국(괌·알래스카)·아제르바이잔·카자흐스탄(알마티) 등 세계 각지 재외공관에서 근무했다.
독일 괴테연구소와 레겐스부르크대학에서 수학(1989~1991년)했으며, 한·일 월드컵 조직위원회에 파견 근무(1996~1998년)하기도 했다. 주알마티 총영사(2015~2018년) 재직 시절에는 카자흐스탄의 역사·문화·발전 잠재력·한류·고려인 등을 주제로 국내 언론에 다수 기고했다.
2018년 10월에는 카자흐스탄 알마티 소재 투란대학교에서 명예 역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퇴직 후 아제르바이잔과 카자흐스탄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유라시아의 중심국 카자흐스탄 이야기'(들녘, 2022)를 출간했으며, 현재는 한국외교협회 이사와 과천시니어신문 기자로 활동 중이다. 취미로는 등산과 바둑을 즐기며, 바둑은 아마추어 유단자다. 한때 조깅도 즐겨 하프 마라톤을 10여 회 완주한 경험도 있다.
Q. 이번 저서를 집필하게 된 계기와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
A. 이 책은 지중해와 흑해 주변에서 일어난 문명과 제국들의 흥망에 관한 이야기다. 지중해와 흑해는 유럽과 아프리카·중동·아시아를 나누는 경계선이자 고대부터 끊임없이 전쟁이 이어진 무대였다. 두 바다를 사이에 두고 남북으로 갈라진 사람들은 종족과 어족에서 차이를 보인다. 구약성경 창세기에 따르면 지중해·흑해 북부는 야벳족, 중동·아시아는 셈족, 아프리카는 함족으로 구분된다. 그리스도교와 이슬람이라는 일신교가 등장한 후에는 종교적으로도 분리되며 대결이 더욱 치열해졌다.
이 책에서는 두 바다를 사이에 두고 벌어진 전쟁과 일신교가 자리 잡아가는 과정을 각종 자료와 영문 위키백과 등을 바탕으로 자세히 서술했다. 오늘날 중동과 이란에서 보듯 종족·종교에 따른 국가들의 반목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긴 호흡으로 역사를 보면 영원히 번영할 것 같았던 그리스·페르시아제국·로마제국·이슬람제국·오스만제국 같은 강대국들도 흥망성쇠를 피하지 못했다. 이 책이 거대 제국의 흥망과 오늘날 분쟁·갈등의 배경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Q. 기존에 출간한 ‘유라시아의 중심국 카자흐스탄 이야기’와 어떤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가.
A. 전작 ‘유라시아의 중심국 카자흐스탄 이야기’는 몽골고원과 흑해 사이 약 7000km에 달하는 초원에 등장했던 유목국가들과 카자흐스탄의 연관성을 다룬 책이었다. 그 책을 쓰면서 이슬람과 투르크족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는데, 서술 공간이 유라시아로 한정됐던 탓에 지중해 지역은 다루지 못했다.
이번 책에서는 그리스-페르시아 전쟁, 로마-카르타고 전쟁,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동방 원정 같은 지중해 문명권의 대결을 본격적으로 기술했다. 우마이야왕조·아바스왕조·파티마왕조 등 여러 이슬람왕조와 투르크족이 세운 셀주크 투르크왕조·오스만제국, 몽골이 세운 킵차크 칸국·일 칸국이 유럽 문명과 대결한 과정도 담았다. 서양 중심으로 바라본 지중해·흑해의 역사에서 동양의 역사를 대등하게 다룬 것이 기존 역사서와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이라 생각한다.
Q. 이번 저서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A. 고대부터 근세까지 유럽·아시아·아프리카 3개 대륙에 걸쳐 일어난 사건들을 모두 기술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우선 북아프리카가 아쉽다. 고대 북아프리카 사람들은 지중해의 당당한 주역이었고 스페인까지 정복했었다. 그러나 카르타고가 로마에 패한 후 수백 년간 기독교 국가 로마의 지배를 받으면서도 기독교를 받아들이지 않고 이슬람을 수용했다. 이들이 스페인까지 진출할 수 있었던 원동력, 이슬람을 받아들인 이유와 배경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한 점이 아쉽다.
또한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며 아프리카·중동·발칸·캅카스 등지에 등장한 독립 국가들의 독립 쟁취 과정도 지면과 역량의 한계로 충분히 기술하지 못했다. 이들 국가는 로마제국·이슬람제국·오스만제국 등 여러 제국의 하부 구조를 이루고 있었다. 이들의 독립 과정을 유기적으로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해당 국가들과 좋은 협력 관계를 맺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지금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AI·휴머노이드 로봇 이야기로 가득 찬 격변의 시대다. 이 같은 시대의 흐름과 별 관계가 없어 보이는 책을 읽어주시는 독자들께 먼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그러나 제국을 건설한 주인공이 인간이듯 비트코인·AI·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든 것 또한 인간이다. 제국의 흥망은 곧 역사이며, 역사도 인간이 만든다. 역사를 배우는 목적은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어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로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 데 있다. 이 책이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