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서예가 정윤식 어르신, “선행 쌓으면 경사가 따른다”

방안 가득 어르신의 서예 작품으로 가득하다. 사진=조아란
어르신께서 전에는 붓과 먹을 이용했으나  문방구의 붓펜을 이용해 화선지에 글을 썼고 최근에는 수전증으로 붓 잡기가 어렵다고 한다. 사진=강연옥
어르신의 일상을 글에 담다. 사진 =조아란
손수 만든 흙 항아리에 마음 가는대로 붓을 이용해 글이나 시를 썼다는 어르신의 항아리 작품. 사진=조아란
글씨를 쓸 소재는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설명하는 정윤식 어르신. 사진=강연옥
어르신의 유공자 증서. 사진=강연옥

[공동취재=강연옥·조아란 기자] 양평군노인복지관 이용자 가운데 글과 문장이 뛰어난 회원이 있다. 주인공은 정윤식(80) 회원이다.

9일 오후 1시, 어르신 댁을 방문해 집안에 들어선 순간, 집안의 모든 벽에는 서예 글씨가 빼곡해 붓글씨 벽지 도배인 줄 착각했다. 어르신의 평범하지 않은 붓글씨에 매료돼 말씀을 청해 들었다.

붓글씨가 예사롭지 않아 서예 개인 교습을 하셔도 될 것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정식으로 학교에서 배운 게 아니고 혼자 습득한 글씨라 남 가르치는 실력은 아니라고 손사레를 치셨다. 어르신은 일체 외부인을 만나지 않고 집주인과만 인사하며 지낸다고 했다.

어르신의 주거지는 1.5~2.5평 정도 되는 방으로 협소한 월세 주거형태다. 배우자와 사별한 지 20년이 넘었고, 무자녀로 독거 어르신이다. 군대 시절은 육군 보병으로 전역해 월남전 참전 유공자이기도 하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어려운 아이 돕기 후원을 인도네시아 등 국내외 3곳에 오랜 동안 기부하고 있으며, 사후 남은 재산은 양평군을 통해 국가에 환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어르신은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이라는 말씀을 남기셨다. ‘선행이 쌓인 집은 반드시 여유롭고 경사가 따른다’는 뜻이다.

관절염으로 열 손가락이 굽고 뻣뻣해 세수할 때 손가락이 코를 찌르는 등 많은 불편함이 있으나, 그 손을 이용해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다고 한다. 생활의 어려움을 묻자 “가족이 없어 지난 추석에는 더 외롭고 쓸쓸했으며, 몸이 아프고 기력이 없어 힘들었지만, 노인복지관의 세심한 배려로 일주일에 1회 담당 직원이 방문해 혈압 및 체온을 체크해주고 후원 식품도 전해주며 친절하게 말벗도 해주고 2, 3일마다 전화로 안부를 확인해주는 양평군노인복지관 선생님들께 감사하다”고 거듭 말씀하셨다.

‘청천(靑天)’이란 호(號)를 내세우며 멋진 서예 취미생활을 하는 정윤식 어르신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국내외 어려운 어린이 돕기 활동에 헌신적인 기부 활동마저 사회의 본보기가 되는 일등 선배시민이다.

강연옥 기자
강연옥 기자
양평군민의 발전과 행복에 기여하고자 시니어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여기에 이름을 입력하세요.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