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소나기’ 첫사랑 간직한 황순원문학촌…김종회 촌장 인터뷰

소나기 마을의 상징 ‘인공소나기’가 매시각 정각 분사된다. 사진=소나기마을
황순원문학관 영상체험실. 사진=소나기마을
문학관 중앙로비에는 황순원 작가의 연대기가 있다. 사진=김정주
황순원문학관 전경. 사진=김정주

작가 황순원의 단편 소설 ‘소나기’는 주인공인 개울가 소녀를 떠올리며 많은 이들에게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을 소환하는 작품이다. 문학적 감성을 듬뿍 품은 이 소설은 작은 요소 하나하나에 깊은 의미를 부여하고, 독자들에게 순수한 어린 시절의 감정을 재현하게 한다.

13년 전, 황순원 작가가 자주 걸었던 양평군 서종면 수능리 언덕에 황순원 문학촌 소나기마을이 건립됐다. 황순원문학관은 2006년 말 착공, 2009년 6월 13일 개관했다.

황순원문학관으로 가는 길은 자연이 주는 평온함과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초록이 우거진 나무들 사이를 지나고, 깨끗한 개울을 따라 걷다 보면, 소설 속 소년과 소녀를 마주할 것 같은 분위기다. 자연스레 첫 사랑의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게 한다.

이곳은 황순원 작가의 문학적 유산을 기리고, 방문객들이 그의 작품 속 감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됐다. 이를 발의하고 완공한 장본인은 경희대학교에서 오랫동안 교수로 재직한 김종회 촌장이다.

김종회 촌장은 황순원 작가의 사랑을 많이 받은 제자로, 소설 ‘소나기’에 영감을 받아 문학촌 구축을 주도했다. 경희대 교수로 재직 당시 ‘소나기마을’을 발의하고, 이를 완공해 현재까지 운영을 이어오고 있다. 김종회 촌장은 190여권의 저서를 낸 인문학자이며, 한국문단에서 9개의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김종회 촌장은 “현재 소나기마을은 황순원 작가의 삶과 문학을 기리며, 방문객들에게 어린 시절의 동심과 순수성을 회복할 수 있는 쉼터를 제공한다”며, “방문객들이 문학적 감성을 체험하고 마음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종회 촌장과의 일문일답.

Q. 황순원 작가와의 첫 인연은?

대학 1학년 ‘문학개론’ 첫 수업 시간에 만났습니다. 재학 내내 제자로 인연을 맺었습니다. 첫 인상은 아주 단아하고 단단해 보이는 분이셨어요. 말씀 한마디도 허투루 하지 않고, 정확하게 자로 잰 듯이 자기 자신에게 엄격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관대한 외유내강형이셨죠.

Q. 황순원 작가가 추구하는 문학이란?

인본주의, 인간중심주의입니다. 인간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 근본의 순수성과 아름다움에 대한 신뢰입니다.

Q. 문학촌을 만들게 된 계기는?

황순원 선생님을 기념하는 일을 하자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소설 ‘소나기’ 끝부분 소녀가 내일 양평으로 이사간다는 내용에 착안해 양평군수, 경희대 총장을 설득해 추진위원회를 만들었죠. 예산은 양평군, 경기도, 국가예산으로 했어요. 두번째 계기는 청소년 기념사업 일환으로 소설 ‘소나기’가 갖고 있는 청순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우리 삶 속에 적용했습니다. 문학촌을 방문하는 분들이 순수한 동심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자기 삶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기도 하는 마음의 쉼터가 되도록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황순원 선생님을 기념하는 한편, 이 시대에 적합하고 유효한 인문학 테마파크를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Q. 문학촌은 언제 개장했나요?

황순원 작가의 문학정신을 기리고자 양평군, 경희대, 유족, 문단 등이 힘을 모아 2006년 3월 첫 삽을 떴고, 2009년 6월 13일 개장했습니다.

Q. 문학촌을 방문하는 주요 관람객은?

남녀노소 전 연령대에 걸쳐 많은 분들이 방문합니다. 초창기에는 13만 여명이었는데, 코로나 이후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주로 학생들 방학 때, 그리고 봄 가을 날씨 좋을 때 많은 분들이 찾고 계십니다.

Q. 문학촌을 방문하면 어떻게 관람하나요?

먼저 문학관 해설사가 있습니다. 1층은 작은 도서관인데 단체가 체험학습을 하는 곳입니다. 2층에 올라가면 작가의 생애를 볼 수 있는 제1전시실, 작품 세계를 볼 수 있는 제2전시실, 옆에 있는 영상체험관이 있습니다. 2층에선 소나기 마을 전경을 볼 수 있습니다. 자기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문학 교실, 건물 바깥으로 나가면 황순원 선생 묘역이 있습니다. 장마철이 아니면 매시간 정각 인공 소나기를 운영합니다. 이외에도 1만4000평의 야외 산책로 등을 순서대로 돌아볼 수 있습니다.

Q. 황순원문학관에서 꼭 관람해야 할 곳은?

전시실과 영상체험관은 꼭 관람할 것을 권장합니다.

Q. 문학촌을 운영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첫째는 영상 체험관을 만든 일입니다. 둘째, 체험 학습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하는 것이고, 마지막은 소나기마을 포럼을 만들어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하는 연대를 형성한 것입니다.

Q. 문학촌 운영 방향은?

황순원 선생은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으로서, 소설가로서 한국 문학의 정점을 찍으신 분입니다. 그 아들인 황동규는 서울대 교수를 했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인으로서 예술원 회원입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예술원 회원인 사례가 없습니다. 따라서 모든 인프라가 구비돼 있기 때문에 문학촌에 아담한 2층 건물을 지어 황동규문학관을 추가할 계획입니다. 부자문학관 조성이 목표죠. 황순원문학관과 소나기마을이 양평이라는 지역의 인문학적 가치를  높여 그와 연관된 시너지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김정주 기자
김정주 기자
두물머리 경치에 반해 양수리로 이사 왔습니다. 시를 사랑하며 시 낭송을 즐기고 있습니다. 물 좋고 공기 좋은 양평과 함께 공감 하는 시니어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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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1. 몇번을 가도 또 가고 싶은 곳입니다
    그런데 서울에서 뚜벅이로 가기에는 너무 불편합니다
    양수역에서 문학관으로 오가는 문학관 버스를 양평군에서 지원해주면 좋을듯 합니다
    더 많은 외지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문학관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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