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흉악범죄, 질타만 한다고 해결될까

지난 10월 17일 충남 논산경찰서는 성폭행, 상해, 강도 등 혐의로 중학교 3학년(15세) 남학생을 현행범으로 체포, 구속송치했다고 발표했다. 피해자가 40대 여성으로 술에 취해 있었다고 해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피해자가 새벽 2시가 넘어 술에 취해 집으로 가는 중 데려다 주겠다는 소년의 오토바이 뒤에 탔다고 한다. 이 남학생은 인근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때리고 성폭행하고, 현금 10만원과 휴대전화를 빼앗고 협박했다고 알려졌다. 성인이라도 하기 어려운 범행을 저지른 소년을 우리는 뭐라고 했는가.

기사 댓글을 보면 “인간이 아니다” 혹은 “사형 시켜라” 등 표현하기 힘든 말로 가해자를 질타했다. 이 내용을 방송한 한 앵커(평소에도 자신이 정의의 심판자인듯 호통 잘 치는 사람)는 큰 소리로 열변을 토했고, 출연한 5명의 패널들은 선생님의 훈계를 듣는 듯한 자세로 있었다.

이것이 과연 화를 낸다고 해결이 될까 의문이다. 물론, 우리 모두의 공분을 사고 있는 이 사건의 가해자를 조금이라도 변호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앞으로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보면 가해자를 법정에 세워 대충 5~6년 정도 실형을 살다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가해자는 성폭행이 초범이고, 살인을 저지르지도 않았고, 반성문을 열심히 쓰다 보면 너그러운 판사가 그 정도로 실형을 살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후 실형을 살고 나온 소년이 어떻게 성장할 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글은 범죄를 저지르게 한 원인을 한번쯤 생각해 보자는 게 목적이다.

첫째, 가해자는 오토바이를 훔쳤다. 오토바이를 훔치기 위해서는 열쇠가 필요한데 어떻게 훔쳤을까? 남의 집 담을 넘어가서 가져 왔을까? 보나 마나 오토바이에 열쇠가 꽂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주인은 CCTV가 널려있는 안전한(?) 대한민국에서 누가 오토바이를 훔쳐가겠냐고 생각했을 수 있다. 주인이 열쇠를 그냥 꽂아두었을 수 있다. 특히 요즘 음식배달원들은 시동을 끄지도 않고 거리나 현관 앞에 오토바이를 두고 배달하는 경우가 많다.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오토바이를 훔칠 수 있다. 이 경우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사람이 없다. 오토바이 면허는 없어도 된다. 기어 변속이 필요 없는 오토바이는 자전거 보다 쉽다.

자동차도 마찬 가지다. 차를 훔치는 것은 대한민국에서 너무나 쉽다. 차문을 제대로 잠그지 않는 것은 너무나 흔한 일이고 시동을 걸어 둔채로 길가에  물건을 사거나 볼 일을 보는 게 일상이다. 특히, 드라마나 영화에서 출연자들이 주차장 아닌 곳에 차를 세우고 잠그지도 않는 장면에 우리는 너무나 익숙하다. 다시 말해,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훔치려고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가능하다는 것이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범죄자가 될 수있는 사회에서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번 사건 오토바이 주인이 키 관리를 부주의하게 했다면, 그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을까.

둘째, 소년이 그렇게 흉악한 범행 방법을 어떻게 배웠을까? 우리 사회가 그것을 가르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15세 이상 시청이 가능한 TV 드라마, 영화, 웹툰, 게임 등 누구나 쉽게 접하는 매체에서 우리는 그들에게 범죄 방법을 가르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기생충’이나 ‘오징어 게임’ 등은 해외에서도 극찬을 받은 영화다. 하지만 그 내용은 잔인하게 죽이거나, 극한 상황에서 버티고 살아나는 자극적인 이야기가 핵심이다. 남을 죽이고 살아 남는것이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너무 많은 폭행장면을 보고 자라온 아이들에게 도덕이나 윤리 등의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 시간에 영어 단어 하나, 수학 문제 하나 더 풀어야 되기 때문이다.

10여년전 이란을 비롯한 중동지역에서 한국 드라마 ‘대장금’과 ‘주몽’ 등이 인기를 끌었다. 그 이유가 한국드라마는 내용이 재미도 있지만 노출장면이나 신체접촉이 없어 이슬람 국가에서도 거부감 없이 볼 수 있다는 이유다. 이에 다라 국영방송이 선호한 덕분이란 분석이다. 중동에서 유학온 학생이 TV에 출연해 “일부 중동국가에서는 아직까지 이 드라마를 재방송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 이 말을 듣고 미디어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것인지 느낄 수 있었다.

방탄 소년단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단순히 노래를 잘 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의 노래 대부분이 고뇌하는 젊은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기 때문이다. 섹스, 마약, 폭행 등을 암시하는 노래가사가 흔한 서양음악과 비교됐기 때문이다. 흥겨운 춤을 추게하고 따라하기 쉬운 곡조의 건전한 가사가 세계 젊은이들을 열광시킨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미디어의 힘을 잘 이용해야 한다. 자극적인 내용으로, 표현의 자유를 빌미로, 우리 사회는 청소년들에게 범죄를 가르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혹자는 청소년들이 그러한 미디어를 접한다고 모두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항변할 수 있다. 물론 그렇지 않다. 상식적인 이성을 지닌 인간이라면 범죄를 저지르면 안된다는 의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일부 범죄 가능성이 있는 청소년들은 어른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데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성적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입장에서 ‘유혹'(가령 피해 여성을 보고)을 뿌리치기 쉽지 않았을 수 있다.

셋째, 피해자의 행동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만취 상태로 자정이 넘은 시간에 길을 걷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남자든 여자든 누구나 그럴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술에 취해 밤에 돌아다닌다고 해서 누구든 범죄의 대상이 된다면 큰 일이다. 하지만, 그런 행동이 잠재적으로 범죄를 유발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할 수 있다. 가해자가 강제로 태운 것도 아니고, 집에 데려다 주겠다는 말에 스스로 오토바이 뒷좌석에 탔다면 말이 달라진다. 피해자는 억울하다고 말하겠지만, 가해자에게 범죄의 빌미를 준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글이 가해자를 변호하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범죄를 당한 피해자의 고통과 그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해자를 옹호할 생각은 조금도 없으며, 가능하면 판사가 불필요한 은혜를 베풀지 않기 바란다. 그러나, 이제는 15세 소년의 끔찍한 범죄를 자극적인 사회학으로 몰아 세울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그 원인을 생각해 봐야 한다.

[편집자] 이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종철 기자
이종철 기자
23년도, 우연한 기회에 양평 시니어 기자단에서 교육 받고 기자 생활 하게 되었습니다. 평소 글쓰기에 관심이 많아서 합류하게 되었고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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