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늘어나는 반려견인구, 더불어 늘어나는 ‘들개 위험’

 

요즘 우리 주변에 애견·애묘인을 위한 카페와 점포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그만큼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고 있다는 증거다. 농림축산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4가구 중 1가구는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는 놀라운 통계다. 반려동물을 키움으로서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도움이 되고, 늘어나는 1인 가구의 외로움, 우울증을 예방하는 등 장점이 많다. 그러나 키우는 것은 어린 아기 키우는 것과 비슷하다. 같이 놀아줘야 하고, 먹여야 하고, 입히고, 배변 훈련해야 하는 등 보통 정성이 들어가는 게 아니다. 그래도 변치 않고 언제나 반겨 주는 반려동물을 보면 사랑스럽다. 반려동물은 사람을 배반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는 항공사도 반려동물과의 탑승을 허용하고 카페나 백화점에도 동반 입장을 허용하는 시대다. 반려동물 전문식당, 반려동물과 같이 자는 숙박시설, 왠만한 관광지 출입은 물론 지자체도 반려동물 친화 관광도시로 거듭나려고 노력 중이다. 우리나라는 누구나 자유롭게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다. 독일의 경우 반려동물을 키우려면 우선 인성 검사와 일정 기간 교육을 받고 시험에 통과해야 한다. 키우는 동물을 등록하고(등록칩) 마리당 등록세를 받는데, 중성화시킨 경우 할인해 준다. 미국의 경우 주 별로 다르긴 하지만 일단 등록하고 등록세를 내는데, 중성화 시킨 경우 역시 할인해 준다.

우리나라의 경우 누구나 쉽게 키울 수 있으니까 포기도 쉽게 한다. 특히 명절이나 휴가철에 야산에 슬쩍 기르던 개를 버리고 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사람 손에 의해 사랑 받던 개가 들개가 되면 개 특유의 야성이 돌아와 사람을 해친다는 것이다. 키우던 개를 도저히 자신이 없으면 유기견 센터에 보내면 되는데 그렇게 안 하는 것이 문제다. 야성화된 들개는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시킨다. 2019년 서울시는 들개 121마리를 포획했고, 2020년 136마리, 2021년 163마리로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북한산과 백련산 등 산을 많이 낀 서울 은평구의 경우 2021년 10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들개 관련 민원만 총 60건이 접수됐다. 접수됐다고 모두 포획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문제다. 전국적으로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이처럼 들개가 늘어난 배경에는 도심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과도 연관이 있다고 본다. 빈집과 함께 마을에 버려진 개가 야생화되고 늘어나는 개체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서 개와 고양이의 중성화 수술이 시급한 문제다. 동네마다 고양이 불쌍하다며 먹이 주는 것에 급급하지 말고, 진정으로 고양이를 사랑한다면 병원에 데려가 수술 시키는 것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실제로 들개로 인해 사람과 가축이 피해를 입는 경우는 너무나 많다. 충남 태안군에서는 올해 1월 15일 ‘들개 전문 포획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들개로 인한 농가의 가축 피해 신고는 태안군에서만 연평균 20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염소 10마리와 닭 100여 마리가 들개 피해를 봤다고 하는데 전국적으로 본다면 얼마나 될지 짐작이 간다. 태안군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들개의 경우 예민하고 공격성이 강해 포획이 쉽지 않고 밭 작물을 훼손하고 가축을 습격해 죽이고 사람한테도 공격해서 안전사고의 우려도 매우 크다”고 했다.

이 상황을 만들어낸 사람은 누군가. 결국 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마음이 바뀌는 바람에 이런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처음 개를 키우려고 생각했던 사람이 언젠가 버릴 것 이라 생각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등록세 납부와 개 매매를 전면 금지 하고 유기견 센터에서 입양만 하게끔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하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들개 개체 수의 증가는 전국적으로 통계를 내면 어마어마한 숫자라는 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야생화된 들개는 가축 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직접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일부 지자체 등산로에는 들개 출현을 경고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제는 멧돼지나 뱀보다 들개 때문에 등산 할 때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이것은 결코 먼 미래의 현상이 아니라 곧 닥칠 일이란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종철 기자
이종철 기자
23년도, 우연한 기회에 양평 시니어 기자단에서 교육 받고 기자 생활 하게 되었습니다. 평소 글쓰기에 관심이 많아서 합류하게 되었고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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