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양평 어울림봉사회, 의성 산불 피해 현장을 가다

산불에 무너진 건물. 사진=강은선
산불 피해의 참혹한 광경. 사진=강은선
동네가 산불로 무너져 있다. 사진=강은선
처참한 피해 농가. 사진=강은선
용케 화마를 피한 벚나무가 꽃을 피웠다. 사진=강은선
의성 산불 지역에서 꽃을 심는 어울림 회원들. 사진=강은선

잔인한 3월이었다. TV에서 연일 계속되는 의성 산불 뉴스에 마음이 타들어 갔다. 사상 초유의 산불은 바람을 타고 미친 듯이 번져 속수무책이었고, 당국뿐만 아니라 온 국민의 마음도 함께 애타고 안타까웠다.

‘어울림 봉사회’(회장 이명자)는 지난 4월 14일, 산불 피해 지역을 직접 방문했다. 회원들의 따뜻한 손길로 성금이 모아졌고, 낙망에 빠져 있을 의성 주민들을 위해 호접란 화분 두 개를 마을회관에 증정하기로 했다. 이명자 회장의 지인이 꽃모종을 기부해준 덕분이었다.

출발 장소로 가기 위해 나서니 용문산에 눈이 하얗게 쌓여 있었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약속한 회원 20여 명은 버스에 몸을 싣고 의성으로 향했다.

차창 밖으로 화사하게 피어난 벚꽃이 보였지만, 마음은 무거웠다. 산불로 통제됐던 고속도로를 지나 의성으로 가는 길, 온 산야에는 봄이 시작되고 있었다.

산불 지역에 가까워지자 검게 탄 산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때 울창한 숲이었을 산은 불길이 휩쓸고 간 자리에 검은 재만 남아 당시의 끔찍했던 상황을 짐작하게 했다. 괴물처럼 산불이 핥고 지나간 곳은 집이든 우사든, 사업장이든 가리지 않고 불탔고, 곳곳에 무너진 건물의 잔해가 널브러져 있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의성군 단촌면 구계 1리 마을회관이었다. 구계 1리와 2리의 이장 두 분과 주민들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동네는 좌우에 산이 있고, 대부분의 집들은 왼쪽 산 아래에 모여 있는 형태였다. 오른쪽 산 밑으로는 작은 개울이 흐르고 도로가 나 있다. 좁은 골짜기 안에서 발생한 화재는 구조상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교회 양옆의 집들은 화마에 처참히 무너져 있었다. 이곳이 정말 사람이 살던 곳이었을까 싶을 정도였다. 뜨거운 열기로 교회의 창문은 모두 깨져 있었고, 머리가 희끗한 목사님은 “불지옥 같았다”고 말했다. 집들은 포격을 맞은 듯 주저앉아 있었고, 불길에 휩싸였던 마당에는 장독대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준비한 성금을 두 분의 이장님께 전달하고, 마을회관과 동네 한편에 꽃을 심었다. 한 회원이 말했다.
“우리는 지금 꽃을 심는 게 아니라, 이 마을에 용기와 위로, 그리고 희망을 심는 겁니다.”

점심을 나누고 난 후 구계 2리로 이동했다. 가는 길에 최치원문학관이 화재로 소실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구계 2리 마을회관에 도착하니 주민 몇 분과 이장님이 ‘어울림’ 회원들을 반겨주었다.

화재가 발생한 날, 구계 2리 이장 류모 씨는 주민들을 모두 대피시키고, 자신의 트럭에 장애인 한 분과 연로한 어르신 7명을 태워 불길을 뚫고 탈출했다고 한다. 자신의 우사와 사료는 불에 탔지만 소들은 무사하다고 했다. 서울에서 귀농한 한 아주머니는 “집을 지은 지 얼마 안 됐는데, 지금 입은 옷 한 벌 외에는 다 타버렸다”고 말했다. 한 할머니는 회원들의 손을 꼭 잡고 “감사합니다”라며 인사를 건네셨다.

실금처럼 갈라진 골목길과 정들었던 집들이 검은 재로 변한 이곳을 떠나지 않고, 배달되어 오는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며 서로를 의지하는 구계 1리와 2리 주민들의 복구와 회복이 하루빨리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강은선 기자
강은선 기자
천지만물의 창조주를 경외하며 꽃과 나무 가꾸기를 좋아합니다. 수필을 쓰며 시낭송을 즐깁니다., 인생 후반기에 경험해 보지 못 한 시니어 기자로 새로운 길을 스스로에게 응원하며 조심스런 발걸음을 걸어 나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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